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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새로운 시대에 일하는 보통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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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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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라이프] 새로운 시대에 일하는 보통 방식

2009년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된 바로 그 시점부터 나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10년 동안 온갖 팟캐스트를 들어온 이로서 2019년 현재 가장 애청하는 건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 줄여서 '듣똑라'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다.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교양 토크쇼'라는 정체성을 올해 초부터 명확히 내세우고 있고, 주 5일 방송으로 월~금요일이 시작되는 자정에 1시간 분량의 새 에피소드가 올라온다.
나는 2016년 11월 처음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당시 이름은 '청춘라디오'였는데 중앙일보 정선언·채윤경 기자 두 명이 꾸려 나가던 시기였다. 얼마 후 김효은 기자가 합류했고, 각자 취재 분야를 살려서 경제·정치·문화 카테고리별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기사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생생한 이야기를 오디오라는 포맷을 통해 자유롭게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반복해서 듣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우리동네 공무원, 해외출장 얼마나 갔나' '화장품에 관해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 등이다.
단지 기자라는 본업의 일을 하면서 개인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들다 보니 방송 주기가 일정하지 않았던 것은 청취자로서 아쉬웠던 점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회사 안에서 정식 조직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김효은·이지상·홍상지 기자 3인 체제로 안정적인 방송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2019년 단기 목표는 팟빵 전체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100위 안에 진입했고 두 달 만에 작년 대비 수치적으로는 약 3배 성장했다고 한다.
밀레니얼세대 청취자들이 높은 호응을 보인 올해 에피소드는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풀어낸 이효진 8퍼센트 대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정문정 작가와 인터뷰 등 본인 업에서 통찰을 뽑아내 전달할 수 있는 인물과의 대화 방송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판결, 스튜어드십 코드의 모든 것과 같이 복잡한 시사 이슈의 진행 과정과 맥락을 쉽고 깊게 짚어내는 방송도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이 부분은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뉴닉과 비슷하다).
계속 취재하고 글쓰는 기자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판을 벌일 용기를 냈는지 궁금했다. 본인도 밀레니얼세대인 세 명의 기자는 팟캐스트 제작, 섭외, 취재, 진행, 편집, 유통, 그리고 뉴스레터 제작과 소셜미디어 운영, 오프라인 모임 기획, 전체 서비스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 A부터 Z를 모두 도맡아 하고 있다. 이들의 불같은 실행력의 원천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효은 기자는 동세대 청취자와 공명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만족감을 첫손으로 꼽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밀레니얼 소비자답게, '듣똑라' 청취자들도 팟빵과 소셜미디어 댓글을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제시한다. 간간이 뼈아픈 피드백도 있다. 하지만 이런 소통 과정을 통해 청취자와 함께 '듣똑라'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일하는 데 있어 만족감을 높인다고 한다. 그러면서 "특별히 용기를 냈다기보다는 이게 뉴미디어 시대에 기자들이 일하는 보통의 방식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밀레니얼세대가 더 이상 뉴스를 읽거나 보지 않는다는 것은 편견이다. 밀레니얼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개인의 성장과 행복에 대한 욕구가 크고,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고 참여한다. 미디어 기업의 돌파구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최첨단 테크놀로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질문, 즉 우리의 고객이 누구이며 이들에게 무엇을 제공해 신뢰를 얻을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닐까.
[퍼블리 박소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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